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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 5:8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롬 5:8, 죄인 위한 하나님의 사랑
롬 5:8은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 그리스도께서 죽으심으로 하나님이 자기 사랑을 확증하셨음을 선언한다. 칼빈과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8장 5항은 이 죽음이 성부의 공의를 완전히 만족시킨 객관적 사랑의 증거임을 가르친다.
롬 5:8은 하나님께서 자기 사랑을 확증(συνίστησιν, synistēsin)하신 근거가 우리가 의인이나 선인일 때가 아니라 아직 죄인(ἁμαρτωλῶν, hamartōlōn)이었을 때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ὑπὲρ ἡμῶν, hyper hēmōn) 죽으심(ἀπέθανεν, apethanen)에 있음을 가르친다. 칼빈은 이 사랑이 무가치한 자에게 베푸신 것이라 강조했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8장 5항은 이 죽음이 성부의 공의를 완전히 만족시켰다고 고백한다.
본문과 문맥
롬 5:8은 5:1-11의 화목(reconciliation) 단락 안에 놓여 있다. 바울은 5:6에서 그리스도께서 경건하지 않은 자(ἀσεβῶν)를 위해 죽으셨다고 말하고, 5:7에서 사람은 의인이나 선인을 위해서도 죽기를 주저한다는 일상의 통념을 제시한 뒤, 5:8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그 통념과 정면으로 대조한다. 인간의 사랑은 대상의 가치를 전제하지만, 하나님의 사랑은 대상이 죄인일 때 먼저 주어졌다. 핵심 논리는 5:9-10의 소(小)에서 대(大)로의 논증으로 이어진다. 원수 되었을 때 화목하게 하셨다면, 이미 화목된 자를 끝까지 구원하심은 더욱 확실하다는 구원의 확신 논증이다.
원어 분석
핵심 동사 συνίστησιν(synistēsin)은 συνίστημι(synistēmi)의 현재 능동 직설법 3인칭 단수다. 어원은 σύν(syn, 함께)과 ἵστημι(histēmi, 세우다)의 합성으로, 본래 함께 세우다에서 증명하다, 입증하다, 드러내 보이다로 의미가 발전했다. 시제가 현재형인 점이 중요하다. 십자가는 과거에 한 번 일어난 사건이지만, 그 사랑의 입증은 지금도 계속 효력을 발하는 항구적 증거로 제시된다. BDAG(Bauer-Danker)는 συνίστημι를 to provide evidence of a personal characteristic or claim through action, 곧 행동으로 증명하다, 보이다로 정의하며 롬 3:5; 5:8; 갈 2:18을 용례로 든다.
반면 동사 ἀπέθανεν(apethanen)은 ἀποθνῄσκω(apothnēskō, 죽다)의 부정과거(aorist)로, 십자가 죽음이라는 단회적, 역사적 완결 사건을 가리킨다. 현재형 입증(synistēsin)과 부정과거 죽음(apethanen)의 시제 대비는, 단번에 이루어진 죽음이 지속적으로 사랑을 증명한다는 신학적 구조를 문법으로 드러낸다. ἁμαρτωλῶν(hamartōlōn)은 ἁμαρτωλός(hamartōlos, 죄인)의 소유격 복수이며, 어근 ἁμαρτάνω(hamartanō)는 과녁을 빗나가다에서 죄를 짓다로 발전한 단어다. 전치사 ὑπέρ(hyper)는 위하여, 대신하여의 뜻으로 대속적 죽음의 함의를 담는다.
칼빈의 주석
칼빈은 로마서 주석(CO 49:91)에서 이 구절을 하나님의 사랑이 가진 놀라움의 강도로 해석한다. 그는 하나님이 자기 사랑을 기이하게 드러내고 추천하시는(declarat et commendat) 이유가, 합당한 자가 아니라 무가치하고 불경건한 자에게 독생자의 죽음을 아끼지 않으신 데 있다고 본다. 칼빈에게 5:8의 무게중심은 죄인 되었을 때라는 시점에 있다. 사랑의 위대함은 그 대상의 비참함에 비례하여 빛난다는 것이다.
칼빈은 또한 이 사랑을 인간 편의 어떤 선행이나 자격에서 분리한다. 우리가 사랑받을 만해서가 아니라, 사랑이 먼저 임하여 우리를 의롭게 만든다. 이는 칼빈의 은혜의 무상성(gratia gratis data) 강조와 일치하며, 구원의 시작과 끝을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도권에 둔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연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8장 5항은 주 예수께서 완전한 순종과 자기를 단번에 드린 희생으로 성부의 공의를 온전히 만족시키시고, 화목과 영원한 기업을 사셨다고 고백한다. 롬 5:8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은 바로 이 객관적 속죄와 만족(satisfaction)의 토대다. 하나님의 사랑은 감정적 호의에 그치지 않고, 공의를 충족시킨 십자가의 역사적 행위로 확증되었다.
또한 신앙고백 11장 4항은 하나님이 영원 전부터 모든 택한 자를 의롭다 하기로 작정하셨고, 그리스도께서 때가 차매 그들의 죄를 위하여 죽으셨다고 고백한다. 이는 롬 5:8의 사랑이 변덕스러운 감정이 아니라 영원한 작정에 뿌리내린 언약적 사랑임을 분명히 한다. 따라서 이 구절은 보편구원론으로 흐르지 않으며, 택자를 향한 효력 있는 사랑을 증거한다.
학술 주석도 이 강조를 뒷받침한다. Douglas Moo(NICNT)는 συνίστησιν의 현재 시제에 주목하여 십자가가 하나님 사랑의 지속적 증명임을 지적하고, 5:7과의 대조가 하나님 사랑의 비할 데 없는 성격을 부각한다고 본다. Thomas Schreiner(BECNT) 역시 죄인이라는 우리의 상태가 하나님 사랑의 무조건성을 드러내는 핵심임을 강조한다.
묵상 질문
1. 나는 하나님의 사랑을 나의 자격이나 변화된 행실에서 찾으려 하지 않는가. 롬 5:8이 말하는 죄인 되었을 때라는 시점은 내 구원의 확신을 어디에 두라고 가르치는가.
2. συνίστησιν의 현재 시제처럼 십자가가 지금도 나를 향한 사랑을 증명하고 있다면, 죄책과 정죄의 감정이 밀려올 때 나는 무엇을 다시 바라보아야 하는가.
참고 문헌
- 존 칼빈, 로마서 주석, Calvini Opera (CO 49), Corpus Reformatorum.
- Douglas J. Moo, The Epistle to the Romans, NICNT, Grand Rapids: Eerdmans, 1996.
- Thomas R. Schreiner, Romans, BECNT, Grand Rapids: Baker, 1998.
- James D. G. Dunn, Romans 1-8, WBC 38A, Dallas: Word, 1988.
- Walter Bauer, Frederick W. Danker, A Greek-English Lexicon of the New Testament (BDAG), 3rd ed.,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0, s.v. συνίστημι.
- The 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 (1647), 8.5;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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