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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 12:2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롬 12:2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롬 12:2는 이 세대를 본받는 것과 변화를 받는 것을 현재 수동태 명령형으로 대비시키며 성화의 문법을 제시한다. 본 글은 원어 분석과 칼빈 주석,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13장을 통해 마음의 갱신과 분별의 관계를 다룬다.
롬 12:2는 로마서 열한 장에 걸친 복음 강론이 삶으로 전환되는 지점에서 성화의 문법을 제시한다. 바울은 이 세대를 본받는 것(συσχηματίζεσθε, syschēmatizesthe)을 금지하고, 마음(νοῦς)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으라(μεταμορφοῦσθε, metamorphousthe)고 명령한다. 두 동사는 모두 현재 수동태 명령형으로, 성화가 단회적 결단이 아니라 성령의 사역에 지속적으로 자기를 내어드리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그 목표는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을 분별하는 것(δοκιμάζειν, dokimazein)이다.
본문과 문맥
로마서 12:1-2는 1-11장의 교리와 12-15장의 윤리를 잇는 경첩이다. 바울은 그러므로(οὖν)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라는 말로 권면을 연다. 이어지는 모든 명령은 1-11장이 펼친 은혜에 대한 응답이지, 은혜를 얻기 위한 조건이 아니다. 1절이 몸을 산 제물로 드리는 영적 예배(λογικὴ λατρεία)를 요구했다면, 2절은 그 예배가 구체화되는 내적 기제를 밝힌다.
이 세대(τῷ αἰῶνι τούτῳ)라는 표현은 바울 신학의 두 세대 구도를 전제한다. 갈라디아서 1:4가 말하는 이 악한 세대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이미 심판받았으나 아직 소멸되지 않았고, 성도는 오는 세대의 능력을 맛보며 그 사이를 산다. Moo는 마음의 갱신이 이 종말론적 새 시대에 속한 실재이며, 2절의 변화가 옛 세대의 가치 체계로부터의 이탈임을 지적한다(NICNT). 분별(δοκιμάζειν)은 변화의 전제가 아니라 결과다. 뜻을 알아야 변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된 마음이라야 뜻을 분별한다.
원어 분석
첫째, συσχηματίζεσθε(syschēmatizesthe)는 συσχηματίζω의 현재 수동태 명령형 2인칭 복수에 금지의 μή가 결합된 형태다. 명사 σχῆμα(schēma, 외형, 틀)에서 파생되어 외부의 틀에 자신을 맞추는 행위를 가리키며(BDAG), 신약에서는 벧전 1:14에만 한 번 더 나온다. 현재 시상의 금지는 이미 진행 중인 동화의 압력을 계속 거부하라는 뉘앙스를 갖는다.
둘째, μεταμορφοῦσθε(metamorphousthe)는 μεταμορφόω의 현재 수동태 명령형이다. 이 동사는 예수의 변모 기사(마 17:2; 막 9:2)와 성도의 영광스러운 변화(고후 3:18)에 쓰인 단어로, 외형의 조정이 아니라 존재의 형질(μορφή) 변화를 함의한다. 수동태는 변화의 주체가 자기 수양이 아니라 성령이심을, 명령형은 그 은혜의 사역에 자신을 능동적으로 내어놓을 책임을 동시에 담는다.
셋째, τῇ ἀνακαινώσει τοῦ νοός(마음을 새롭게 함으로)에서 ἀνακαίνωσις(anakainōsis)는 갱신을 뜻하며 딛 3:5에서 성령의 사역으로 명시된다. νοῦς(nous)는 판단과 가치평가의 중심인데, 로마서 1:28은 타락한 인류에게 남은 것이 ἀδόκιμος νοῦς(부적격한 마음)라고 진단했다. 12:2의 갱신된 νοῦς가 분별(δοκιμάζειν)을 회복한다는 것은 1:28의 정확한 역전이다.
칼빈의 주석
칼빈은 이 구절을 자기 부인의 틀에서 읽는다. 세상을 본받지 않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의 출발점이며, 우리 본성 전체가 세상과 결탁해 있으므로 변화란 곧 자기 자신을 벗어버리는 일이라는 것이다. 특히 칼빈은 마음의 갱신이라는 표현에서 인간 이성에 대한 낙관을 겨냥한다. 철학자들이 최고의 안내자로 떠받드는 이성(νοῦς)조차 부패하여 갱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간 안의 가장 고상한 부분도 하나님의 영으로 새로워져야 함을 보여준다(Calvin, Commentarius in Epistolam Pauli ad Romanos, CO 49). 따라서 칼빈에게 하나님의 뜻의 분별은 지적 훈련의 성취가 아니라 자기 지혜를 내려놓은 자에게 주어지는 성령의 은사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연관
이 구절은 성화를 다루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13장과 직접 연결된다. WCF 13.1은 유효하게 부르심을 받아 중생한 자들이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공효로 말미암아, 그들 안에 거하시는 말씀과 성령을 통해 실제로 또 인격적으로 성화되며, 죄의 지배가 파괴되고 정욕이 점점 약화되는 한편 모든 구원의 은혜 안에서 점점 소생하고 강화된다고 고백한다.
롬 12:2의 현재 명령형이 그리는 성화의 점진성은 WCF 13.2에서 더 분명해진다. 성화는 전인에 미치지만 이생에서는 불완전하여 부패의 잔재가 남아 있고, 그로 인해 육과 영 사이에 화해할 수 없는 계속적인 전쟁이 벌어진다. 이 세대를 본받게 하려는 압력과 변화를 받으라는 명령 사이의 긴장이 바로 이 전쟁이다. 그리고 WCF 13.3이 고백하듯 그 싸움의 승패는 인간의 결의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성화의 영이 공급하시는 힘에 달려 있다.
묵상 질문
첫째, 나의 판단 기준과 욕망의 방향은 지금 어느 틀에 맞추어져 가고 있는가. 이 세대의 가치가 나를 빚어가는 구체적 통로 하나를 지목할 수 있는가.
둘째, 나는 변화를 성령께서 이루시는 수동의 은혜로 받아들이면서도, 말씀과 기도로 그 은혜에 자신을 내어놓는 능동의 책임을 감당하고 있는가.
참고 문헌
Moo, Douglas J. The Epistle to the Romans. New International Commentary on the New Testament(NICNT). Grand Rapids: Eerdmans, 1996.
Schreiner, Thomas R. Romans. Baker Exegetical Commentary on the New Testament(BECNT). Grand Rapids: Baker Academic, 1998.
Cranfield, C. E. B. A Critical and Exegetical Commentary on the Epistle to the Romans. International Critical Commentary(ICC). Edinburgh: T&T Clark, 1975-1979.
Calvin, John. Commentarius in Epistolam Pauli ad Romanos. Corpus Reformatorum, Calvini Opera(CO) 49.
Danker, Frederick W. A Greek-English Lexicon of the New Testament and Other Early Christian Literature(BDAG). 3rd ed.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0.
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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