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공부 > 고전 10:13 피할 길을 내시는 하나님
고전 10:13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 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고전 10:13 피할 길을 내시는 하나님
고전 10:13은 시험(πειρασμός)의 분량을 조절하시는 하나님의 미쁘심과, 시험의 제거가 아니라 견딜 능력과 함께 오는 피할 길(ἔκβασις)을 약속한다. 본 글은 원어 분석과 칼빈 주석,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5장 5항의 섭리 교리로 이 약속의 토대를 다룬다.
고전 10:13은 시험에 관한 신약의 가장 압축된 위로다. 헬라어 πειρασμός(페이라스모스)는 믿음을 단련하는 시련과 죄로 이끄는 유혹을 한 단어로 아우르며, 본문은 그 시험이 ἀνθρώπινος(안트로피노스), 곧 사람이 감당할 수준의 것임을 먼저 확인한다. 약속의 근거는 πιστὸς ὁ θεός(하나님은 미쁘시다)라는 선언이며, 하나님이 내시는 ἔκβασις(에크바시스, 피할 길)는 시험의 제거가 아니라 '능히 감당하게' 하는 견딜 능력과 함께 온다.
본문과 문맥
고린도전서 8-10장은 우상 제물 논쟁을 다룬다. 지식과 자유를 내세워 신전 식사까지 넘나들던 교인들에게 바울은 10:1-12에서 광야 이스라엘의 역사를 경고의 본보기로 세운다. 세례와 신령한 음식에 상응하는 은혜를 받았던 조상들이 우상 숭배와 음행과 원망으로 광야에서 쓰러졌다(10:5-10). 그 절정이 12절,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는 경고다.
13절은 이 준엄한 경고 직후에 놓여, 경고가 절망으로 굳지 않도록 즉시 하나님의 신실하심으로 방향을 돌린다. 12절과 13절의 병치가 해석의 열쇠다. 자만하는 자에게는 경고가, 두려워 떠는 자에게는 위로가 주어진다. 동시에 13절은 14절의 '우상 숭배하는 일을 피하라'로 곧장 이어지므로, 피할 길 약속은 수동적 안심이 아니라 능동적 도피를 요청하는 근거다. Fee는 13절을 12절의 경고와 14절의 명령을 잇는 확신의 말로 본다(NICNT).
원어 분석
첫째, πειρασμός(peirasmos)는 동사 πειράζω(peirazō, 시험하다)에서 파생된 명사로, 믿음을 단련하는 시련(test)과 죄로 유인하는 유혹(temptation)을 모두 포괄한다(BDAG, πειρασμός 항목). 본문에서는 광야 이스라엘의 시험(10:9에 동족어 동사)과 고린도 교인들의 우상 숭배 유혹이 겹쳐 이중 의미가 모두 살아 있다. 하나님이 단련으로 주시는 것을 사탄은 유인으로 쓴다.
둘째, ἀνθρώπινος(anthrōpinos)는 '사람의, 사람 수준의'라는 형용사로, 개역개정의 '사람이 감당할'에 해당한다. 너희가 겪는 시험은 초인적 예외가 아니라 인간에게 공통된 것이라는 뜻이다. 이 한 단어가 '내 시험만은 특별하다'는 자기 변명을 봉쇄한다.
셋째, ἔκβασις(ekbasis)는 ἐκ(밖으로)와 βαίνω(가다)에서 온 명사로 출구를 뜻한다(BDAG, ἔκβασις 항목). 결정적인 것은 구문이다. 하나님은 시험과 함께(σὺν τῷ πειρασμῷ) 피할 길을 내시며, 그 목적은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τοῦ δύνασθαι ὑπενεγκεῖν) 하심이다. 동사 ὑποφέρω(hypopherō)는 짐 아래서 떠받치며 견딘다는 뜻이므로, 피할 길은 시험의 제거가 아니라 그 아래서 버티게 하는 능력과 병행한다. 출구는 시험을 통과하는 길 위에 있다.
칼빈의 주석
칼빈은 고린도전서 주석에서 이 구절을, 12절의 경고로 낙심할 수 있는 연약한 성도를 위한 위로로 읽는다. 하나님이 자기 백성에게 시험을 허락하시되 그 분량을 친히 조절하셔서, 각 사람이 받은 힘의 한도를 넘지 않게 하신다는 것이다. 이 약속의 닻은 하나님의 미쁘심이다. 시험을 견디는 근거는 우리의 결심이 아니라 약속대로 시험을 절제시키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이다.
칼빈은 또한 피할 길이 시험의 면제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 하나님은 시험 자체를 막으시는 것이 아니라 그 결말을 선하게 이끄셔서 성도가 압도되지 않게 하신다. 그러므로 이 구절은 태만의 베개가 아니라 기도의 초청이다. 교만과 절망이라는 두 낭떠러지 사이에서 성도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붙들고 겸손히 깨어 있어야 한다(Calvin, Commentarius in Epistolam Priorem ad Corinthios).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연관
이 구절은 섭리를 다루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5장 5항과 직결된다. WCF 5.5는 지극히 지혜롭고 의로우며 은혜로우신 하나님이 자기 자녀들을 얼마 동안 여러 가지 시험과 그들 자신의 마음의 부패에 내버려 두시는 일이 흔히 있다고 고백하며, 그 목적을 이전 죄에 대한 징계, 숨은 부패와 거짓됨을 깨닫게 하는 겸비, 더 긴밀하고 항구적인 하나님 의존, 장래 죄에 대한 경성으로 제시한다.
고전 10:13은 이 고백의 성경적 뿌리다. 시험은 하나님의 섭리 밖에서 일어나는 사고가 아니라, 그분이 허락하시고 분량을 정하시며 결말까지 설계하신 사건이다. '허락하지 아니하시고'라는 말 자체가 시험의 주권적 관리자가 하나님이심을 전제한다. 따라서 성도는 버림받았는지 묻는 대신, 이 시험으로 하나님이 이루시려는 겸비와 의존의 열매를 물을 수 있다. 섭리 교리가 무너지면 13절은 막연한 낙관으로 전락하지만, 섭리 위에 서면 시험 한가운데가 곧 하나님의 손 안이다.
묵상 질문
첫째, 나는 피할 길을 시험이 사라지는 것으로 기대해 왔는가, 아니면 시험 아래서 견디게 하시는 능력으로 받아 왔는가. 지금 겪는 시험에서 하나님이 이미 내신 출구는 무엇인가.
둘째,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는 12절의 경고 앞에서, 나는 어느 영역에서 내 힘을 과신하며 스스로 시험의 자리에 다가가고 있는가.
참고 문헌
Fee, Gordon D. The First Epistle to the Corinthians. New International Commentary on the New Testament(NICNT). Grand Rapids: Eerdmans, 1987.
Thiselton, Anthony C. The First Epistle to the Corinthians. New International Greek Testament Commentary(NIGTC). Grand Rapids: Eerdmans, 2000.
Garland, David E. 1 Corinthians. Baker Exegetical Commentary on the New Testament(BECNT). Grand Rapids: Baker Academic, 2003.
Calvin, John. Commentarius in Epistolam Priorem ad Corinthios. Corpus Reformatorum, Calvini Opera(CO).
Danker, Frederick W. A Greek-English Lexicon of the New Testament and Other Early Christian Literature(BDAG). 3rd ed.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0.
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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